네가 진리의 말씀을 올바로 나누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꾼으로 인정받도록 공부하라(딤후 2:15).
교계 비평 분류

순교도, 정교분리도 모르는 교회들의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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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6년 08월호>

일명 “종교법인 해산법”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논란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해 일부 종교 단체를 향해 제기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이른바 “극우 목사”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정치적 행보였다. 종교인들이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제공하고, 교인들을 동원해 당내 경선이나 공직선거에 개입하며 특정 후보 지지를 종용했다는 의혹은, 그렇지 않아도 종교계에 비판적이던 여론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에 좌파 계열 최혁진 의원 등 11인은 지난 1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곧 “종교법인 해산법” 또는 “정교유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선호가 결합해 버리면... 나라가 망합니다. 그래서 이건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돼요. 조직적으로 종교적 신념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제재가 엄정하다는 걸 반드시 이번 기회에 보여 줘야 합니다.”라며 정부도 같은 기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발의된 법안의 골자는 정부에서 어떤 (종교 단체가 세운) 법인이 “정교분리의 원칙 또는 공직선거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영장 없이 그 법인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법인을 해산시켜 그 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가가 종교 단체(교회)의 결성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개 법인에 귀속된 형태로 관리되는 교회 소유의 부동산, 기독교 언론사, 출판사, 선교 단체, 복지 재단 등은 모두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위정자의 죄에 대한 성경적 비판조차 정부가 “정치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얼마든지 불이익을 가할 수 있기에, 이 법안은 “악법”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자유 세계에 속한 국가들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 같은 법안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철회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 국내 교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종교법인 해산법 반대대책위원회”(이하 종반위)를 꾸려 지난 4월 성명서를 내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대회를 열었다. 해외에서도 “160여 개국에 있는 약 6억 명의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 지난 6월 대한민국 국회가 해당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런데 두 단체의 성명서의 요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곧 정교분리의 원칙이란 “국가로부터 종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지, 국가가 종교 공동체를 감독하거나 징계하거나 제거할 권한을 부여하는 개념이 아니며”(WEA), 해당 원칙을 “종교 표현 억압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종반위)는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종반위의 성명서가 훨씬 노골적으로 한국 교회를 향해서는 “순교적 신앙을 가지고 침묵하지 말 것”을, 발의자인 최혁진 의원을 향해서는 “사퇴”를 요구했다는 점 정도였다.

두 단체의 성명서를 찾아보는 데 시간을 낭비할 것을 권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만일 찾아본다면 아마 쓴웃음을 금할 길이 없을 것이다. 두 단체 모두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만을 거론할 뿐, 성경에서는 단 한 구절의 말씀도 인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무엇이 “성경”인지 규정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기대를 걸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성경,” 즉 “영감으로 주어지고, 오류가 전혀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 도대체 무엇인가? (WEA에서 자주 인용하는) NRSV인가, 아니면 개역개정판인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역본이나 원어 판본인가? 그들 가운데는 대답할 수 있는 자가 없다. 자신들의 수중에 있는 “성경”과 동맹 관계에 있는 자들의 “성경”이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요, 사실 자신들의 수중에 있는 그 책조차 “성경”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한국 교회” 혹은 “복음주의자”의 이름으로 나온 성명서에 성경이 전혀 인용되지 않은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성경”을 가진 성도로서 한마디를 하자면, 세상의 권세자들에게 사퇴하라느니, 법안을 재검토하라느니 요구할 권한이 성도에게 있다는 말씀은 성경 어디에도 없다. 설령 불의한 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사도 바울이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자들에게 복종하라.』(롬 13:1)라고 말했을 때, 또 사도 베드로가 『통치권을 무시』(벧후 2:10)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을 때, 로마의 황위를 차지하고 있던 이는 그 악명 높은 네로였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 두 사도는 네로에게 처형당하기까지 했다. 그런 “불의한 권력” 앞에서도 사도들은 성도들에게 “복종할 것”을 명령했던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은 법정에서, 또는 공무 집행의 현장에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요 18:23, 행 22:25; 25:8). 만일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행하려는 것이 죄라면, 그 죄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다(마 14:4, 행 13:10,11). 그러나 만일 권세 있는 자들이 우리의 법적인 권리와 성경적인 비판을 무시하고 부조리를 행하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선택지는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리스도인은 저항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늘 같은 선택을 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도, 로마가 제국 차원에서 초기 교회의 성도들을 박해했을 때도, 로마카톨릭과 유착한 세속 권력이 유아세례를 비롯한 비성경적 실행들을 법제화하여 성경대로 믿는 성도들을 박해했을 때도 모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참된 “순교적 신앙”이란 바로 이런 대열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믿음이지, 종반위의 성명서에서처럼 목숨을 걸 각오로 권위에 저항하는 믿음이 아닌 것이다.

교회사를 보면, 개신교단을 중심으로 결성된 국내외 종교 단체들이 미국 수정헌법 1조를 들먹이며 “정교분리의 원칙”을 방패로 삼으려 하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미국식 정교분리”는 침례교도들, 즉 기성 개신교단에 속하지 않아 개신교도들이 결성한 식민지 정부에 의해 탄압받던 성경대로 믿는 성도들의 피로 얻어진 원칙이기 때문이다. 반면 개신교도들에 의해 생겨난 “유럽식 정교분리”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난 종교 전쟁들과 학살의 반작용으로 “국가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운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형성된 것이 바로 프랑스의 “라이시테”(공적인 영역에서 종교의 철저한 분리)로 대표되는 유럽식 정교분리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침례교도들이 “보호적 성격의 정교분리”를, 개신교도들은 “제약적 성격의 정교분리”를 추구했던 것은 그들의 믿음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침례교도들은 대개 전천년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의 믿음은 인간이 어떤 노력을 한다 해도 세상은 결국 멸망할 것이고, 자신들의 역할은 그 전에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받도록 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적 영향력 확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설령 다른 세력이 폭력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따를 것을 강요하더라도, 그들은 정치적으로 혹은 군사적으로 맞대응하지 않고 박해와 순교를 감수했다. 미국식 정교분리는 바로 그런 선량한 사람들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말자는 데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개신교도들은 대개 무(후)천년주의자들로서 인간의 노력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믿음은 그들을 때로는 의회로, 때로는 전쟁터로 나가게 했다. 그런 자들은 입을 좀 다물고 총을 내려놔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형성된 것이 바로 유럽식 정교분리다. 그러니 개혁주의자들의 후예들이 국가를 향해 정교분리를 들먹이며 “우리는 너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도, 너희는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야말로 “아전인수” 그 자체인 셈이다.

애당초 스위스와 독일 등지에서 “정교유착”을 통해 교단을 세운 개혁주의자들의 후예들이 이제 와서 “정교분리”를 들먹이는 것도, 정치권을 향해 “우리를 건드린다면 목숨을 걸고 저항하겠다.”라고 하면서 “순교자적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도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그리스도인”임을 자처하는 자들이 성경에도, 교회사에도 배치되는 성명을 하나님과 교회의 이름으로 버젓이 내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들에게는 “기독교”를 대표할 자격이 전혀 없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반기독교적” 작태로 인해 사람들이 “기독교”를 미워하게 되고, “종교법인 해산법”을 발의하는 지경에 이른 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다. 그들에게는 화가 있을 것이다(눅 11:52). 독자들은 그런 자들과 같이함으로써 함께 화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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