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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놓치고 얻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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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4년 01월호>
월터 루이스 윌슨(Walter Lewis Wilson) / 장은혜 옮김어느 대도시 역 대합실에서 차 시간을 기다리면서 성경을 읽다가 관심을 끄는 주제를 만났다. 나도 모르는 새 생각에 빠져들어 누군가 다가와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는데, 잘나가는 사업가 차림의 남자가 옆에 앉더니 이렇게 말문을 뗐다. “목사님이신가요? 성경을 공부하시는 모습에 그리스도인 사역자이신가 하고 와 봤습니다. 저는 남부에 있는 베다니교회 목사입니다. 주님과 주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기쁨을 감출 수 없죠.” 마음을 밝게 하는 그의 인사 덕분에 힘을 얻었다. 여행 중에 헌신한 그리스도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터라 내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우리는 주님과 관련해 여러 주제로, 특히 내가 좀 전까지 공부하던 부분을 가지고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이십 분이 흘러 승차할 시간이 됐고, 듣자 하니 예약된 침대차는 달랐지만 형제도 여행 방향이 같았다. 그래서 짐은 지정석에 두고 구간이 겹치는 동안 형제가 타고 가는 칸에 머물러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동의했다. 기차가 움직일 즈음, 나는 성경을 들고서 형제가 탄 마지막 침대차로 이동했다. 우리는 성경과 성경을 비교했고, 그간 말씀을 공부하며 그리스도에 대해 묵상했던 귀한 생각을 나눴다. 기차가 여러 역을 경유했지만 경로에 신경을 쓰지 못할 만큼 둘 다 대화에 열중해 있었다.
여섯 시쯤에는 기차가 제법 오래 정차했는데 조차장에서 차실들을 앞뒤로 움직이는 듯 보였다. 그러다 기차가 다시 움직여서 승무원을 불러 여기는 내 침대칸이 아니며 행선지가 서부 지역이니 혹시 객차를 분리하거든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크게 놀란 기색으로 그가 소리쳤다! “선생님, 방금 차량을 분리했어요. 선생님이 타셔야 할 기차는 다른 선로에 있으니까 빨리 내리세요!” 나는 형제에게 급히 작별 인사를 하고 문으로 달려갔다. 아직 속도를 내기 전이라 뛰어내릴 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모자, 외투, 여행 가방을 실은 기차는 다른 선로에서 이미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때 조차장 역장이 움직이는 열차 승강문에서 뛰어내린 나를 보고 무슨 문제인지 확인하려고 다가왔다. 그에게 곤란한 처지를 설명하는 동안 이 특이한 환경에서 주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께서 그분의 종의 걸음을 인도하신다는 점을 익히 아는 나는 성령님께서 내 입을 통해 복음을 전하실 혼을 만나게 해 주시도록 즉시 기도드렸다. 역장은 내가 다음 기차로 도착할 때까지 내 물건을 잘 보관하게끔 전보를 보낼 테니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다. 게다가 다음 기차가 새벽 두시 반에 지날 예정이므로 밤에는 자기 사무실에 있는 간이침대를 쓰라며 호의를 보였다.
한편 역장 사무실에는 전보 기사, 제동수 등 사람이 많았지만 역장과 마찬가지로 복음에 관심이 없었다. 일곱 시경에 식당을 찾으려고 밖으로 나왔으나 수십 명밖에 살지 않는 워낙 작은 마을이라 철도 근로자들이 한 끼 때우는 간이식당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음식을 먹기에는 적합지 않은 상태여서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포장된 빵 한 덩이와 우유 한 병을 사서 나왔고 다행히 저녁식사로는 충분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교회 종소리가 들려와 역장에게 마을에 교회가 있냐고 물었다. 반경 수 킬로미터 안에 교회가 딱 하나 있었고 매달 한 차례 저녁 예배를 드렸는데 마침 그날 저녁이었다. 나는 주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시는지를 계속 주시했고 내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는지 보여 주시도록 기도드렸다.
위치를 안내받고서 교회에 도착해 보니 뜻밖에도 언젠가 내가 사는 도시의 한 교회에서 사역했던 목사가 그곳을 맡고 있었다! 목사는 반색하며 맞았고 내게 설교를 부탁했다. 그래서 『선생님, 우리가 예수를 뵙고자 하나이다.』(요 12:21)를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스물다섯 명 정도가 자리한 가운데 이십 대 중반의 여인 하나가 눈을 떼지 않고 내내 설교에 몰두하다가 설교가 끝나자 다가와서는 울며 말했다. “어려서부터 예수님께 가서 구원받고 싶었지만 방법을 정확하게 몰랐어요. 제 기도는 늘 천장을 넘지 못하는 것 같았고 하나님이 아주 멀게 느껴졌답니다. 주님을 찾게 도와주세요.”
그제야 내가 왜 기차를 놓쳤는지를 알게 됐다. 그것은 내가 사는 곳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는 작은 마을에서 어둠 속을 헤매는 한 혼을 만나게 하시려는 이유에서였다. 빛을 보기 원한다고 기도해 온 그 여인의 간구에 응답하시려고 말이다. 괴로워하는 혼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 추수의 주님께서는 진심으로 주님을 찾는 그 죄인에게 순종하는 일꾼을 보내신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이다. 내 설교를 원하는 사람을 찾겠다며 자기 지혜를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결국 시간만 허비하다가 방향까지 잃고 만다. 그 여인에게 앉기를 권하고 먼저 이사야 45:22을 읽어 주었다. 『땅 끝들에 있는 모든 자들아, 나를 쳐다보고 구원을 받으라. 이는 내가 하나님이요, 다른 이가 없음이니라.』 부인 자신, 부인이 지은 죄, 부인이 느끼는 두려움에서 눈을 떼 하나님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했다. “예수님께서 부인이 받아야 할 벌을 십자가에서 대신 받으셨어요. 부인이 지옥에 가지 않게 하시려고 자기 생명을 내놓으셨지요. 그렇게 부인의 빚을 다 갚아 주셨으니까 부인은 하나님 앞에 담대하게 나갈 수 있답니다. 마태복음 11:28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라고 말씀하셨어요. 바로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주님께 나아가서 믿음으로 그분을 마음에 받아들이세요.” 하지만 부인이 설명을 듣고도 평안을 찾지 못하자 나는 다음과 같이 비유를 들었다. “부인, 부인이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러 가는 건 그 의사가 통증을 멈추게 하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아닌가요?”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예요. 주님께서 부인의 죄를 다 없애 주시고 영생을 선물로 주신다고 믿으니까 예수님께 나아왔잖아요.” “네, 맞아요. 이제 분명해졌어요. 그리스도께서 구세주라는 사실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는데, 제가 직접 가서 그분을 구세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예요. 이젠 제 마음을 다 드려서 섬기는 일만 남았어요. 정말 기뻐요!” 우리는 놀랍게 일하시는 성령님께 감사를 드리며 헤어졌다. 역장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다음 기차로 목적지에 도착했고 밤새 보관된 짐도 문제없이 돌려받았다.
볼일을 모두 마치고서 나흘 뒤, 나는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이번에도 열차는 같은 조차장에 정차했고 역장에게 다시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기차를 맞느라 승강장에 서 있던 역장이 나를 보더니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와 나를 안는 것이 아닌가! “목사님을 다시 뵙고 싶어서 떠나신 뒤로 기차마다 확인해 오던 참이었어요. 이번 주라고만 하셨지 며칠이라고는 정확히 말씀하지 않으셨거든요. 목사님께서 가신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으시면 뛸 듯이 기뻐하실 거예요.”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졌나 본데 식당차를 연결하느라 잠시 멈춘 상태였기에 여유가 얼마 없었다. “그랬군요. 주님께서 어떻게 일하셨는지 말씀해 주시죠!” 감격한 역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목사님께서 설교하신 저녁 예배에서 구원받은 사람이 제 며느리였답니다. 며느리는 몇 년 동안이나 가족을 성가시게 했어요. 자주 예수님에 관해 말했고, 하나님을 찾고 싶다며 실연당한 사람처럼 곧잘 울었거든요. 저희는 며느리가 하나님을 믿다가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고 결론지었는데요, 문제는 아예 미쳐 버릴까 봐 걱정하던 차였어요. 그런데 그날 예배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더라고요.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오더니 이렇게 얘기했어요. ‘주님을 찾았어요. 구원받았다고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저를 구원해 주셨고 제 죄를 전부 없애 주셨어요. 아, 마음에 평안과 기쁨이 넘쳐요.’ 며느리의 모습에 저희 내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셨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튿날 아침, 며느리에게 교회에서 들은 얘기를 해 달라고 했어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자기 빚을 갚으셨고 죄를 제거하셨다고 자세하게 알려 주더라고요. 결국 저희도 확신을 갖게 됐고 주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구원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보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때 차장이 출발을 알렸고 나는 감사함과 아쉬움이 섞인 인사를 나눈 뒤 기차에 올랐다. 이번에도 성령님께서 추수의 주님이심이, 무엇보다 주님의 종을 필요한 혼에게 인도하기를 기뻐하심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주님의 손에 당신을 더 내어 드리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맞춰 움직임으로써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기 바란다.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