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화면의 사계(四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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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모니터 바탕화면에는 세 계절들만 있다. 봄에는 꽃들이 다사롭게 핀 봄 풍경을 펼쳐놓고, 여름엔 이국적 하늘 아래서 출렁이는 바닷물에 돌고래가 펄쩍 뛰어오르는 풍경을 걸어놓는다. 가을엔 알록달록 단풍진 산들이 어깨동무하는, 가슴이 확 트이는 풍경을 깔아놓는다. 겨울엔 어떻게 하는가? 가을 풍경을 그대로 석 달 더 연장하든지, 봄 풍경을 미리 당겨서 붙여놓는다. 이리하면 모니터 앞에 장시간 앉아 있는 나로서는 추운 겨울을 정서적으로 따듯하게 보낼 수 있다. 칼바람이 연신 불어대는 창문 밖에 구두 뒷굽마저 얼어 굳게 하는 동토의 세상이 펼쳐져 있는데, 모니터 풍경마저 설원과 빙하로 얼어붙어 있다면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털끝에 서리가 내려앉을 것만 같다. 겨울 풍경을 안 보이는 데로 치워 버린 이것은 정서적 동면인 셈인데, 그렇다고 겨울이 비껴가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그러기를 반복하며 잊고 지낸 것은, 겨울이 있어야 봄도 있고, 여름도 있고, 가을도 있다는 사실이다. 봄의 꽃, 여름의 녹음, 가을의 결실, 이 모든 것이 씨앗들과 나무들이 한랭(寒冷)의 인고를 겪어 낸 결과이다. 열매 맺는 성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저마다 “인생의 겨울”을 지내온 것이다. 내내 혹한이 찾아왔을 수도 있고, 삼한사온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고난의 겨울이 있었기에 꽃 피고 녹음 우거지고 풍성한 열매가 맺히는 날들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고난은 안 보이는 데로 치워 놓고 싶은 것이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것이며, 그것을 인고할 때 열매 맺는 삶을 살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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